국내 유일의 영어 답사단체 (주)파란들 문화여행 이준탁 대표

 

주말마다 '파란눈' 이끌고 "레츠고!"

따르릉 따르릉. 파란들 문화여행 사무실. 수화기를 들자 한 외국인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주말에 열리는 '청도투어'에 관해 물어오는 이 외국인은 영국인 유잉씨. 지난해 진도 영등제 투어때도 참가했던 '단골'이다. 최근 울산에서 영암으로 직장을 옮겼다는 그는 "이번에는 우리부부가 청도소싸움도 구경하고 운문사도 답사하고 싶다"며 "서울서 출발하는 답사 일행에 합류하려면 어디로 나가야하는가"라고 물어온다.

 

'영어로 가는 남도문화기행' 개최

 

이쪽 편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준탁 대표이사(37). 국내 유일의 영어답사단체인 (주)파란들 문화여행을 이끌고 있는 '길라잡이'로 이름이 나있다. 지난해 부터 영자지 코리아해럴드·전라남도와 공동으로 매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벽안(碧眼)의 외국인들을 이끌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영어로 가는 남도문화기행'을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몽고 항쟁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강화도와 김포학교박물관, 청도소싸움축제장과 운문사, 서천 장포리해변과 동백정 그리고 무량사 등지로 돌아다녔다. 이 프로램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미국·브라질·체코·벨기에·레바논·파키스탄인등으로 서로 국적이나 피부색이 다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만은 동일하다. 물론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한다. 한국인도 약 15%를 차지하지만 영어 소통에는 지장이 없다. 이들에게 문화유적을 설명하는 이씨 역시 네이티브 스피커 뺨칠 만큼 탁월한 영어 실력가. 초등학교때 이미 영문법을 독파했을 정도다. 지난 87년 열린 제10회 전국관광서비스 경진대회에서는 영어통역안내부문 최우수상(서울시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영어 회화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외국인 답사자들을 올바른 길로 가이드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인식과 안목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대로 우리문화를 전달할 수 없다. 그래서 이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자기·단청·판소리등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씨의 주특기는 민속·무속·불교미술·건축 분야.

 

지난 86년 대한여행사 미주·유럽부 영어통역안내원을 시작으로 고려여행사·진성항공여행사에 이어 태국정부관광청 서울사무소 마케팅 차장을 역임한 이씨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국국내답사 3백여회, 국외여행 70개국이란 풍부한 경험과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답사통'이다.

 

(주)파란들 문화여행을 창업한 것은 지난 94년. 현재 국내 거주 30만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파란들 영어문화유산답사회는 모 카드회사로 부터 의뢰를 받아 진행하던 답사 프로그램중에 두달에 한번꼴로 끼어넣은 '영어 답사'가 큰 호응을 얻은 게 계기가 되어 설립됐다.

 

외국인 선호따라 '전라권' 답사

 

이씨는 아직까지도 국내인을 외국으로 보내는 아웃바운드 보다 외국인들을 국내로 끌어당기는 인바운드가 더 중요하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 타켓 지역은 전라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본 결과 예향과 저항문화가 살아있어 '가장 가고 싶은 곳'이나 숙박이나 교통이 불편해 '가장 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응답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매주 인터넷(www.parandeul.co.kr)에 답사 일정과 노선을 올리고 팩스 7백통, e메일 250통을 개별적으로 보내 답사자를 모집한다. 답사지도 유명 관광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명소를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가장 큰 특징은 '체험'. 한국문화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절에서 참선과 함께 절밥을 먹어보게 하고 온돌방에서 자보도록 하는가 하면 인간문화재들과 어울려 옹기나 한과 도자기 부채등을 만들어 보도록 한다. 판소리 한자락과 함께 맛보는 토속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영암은 갈낙탕, 목포는 연포탕, 보성은 키조개탕, 남원은 닭백숙, 담양은 보쌈. 외국인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낙지를 먹으며 한국문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거죠"

 

답사는 '관광' 아닌 '체험'

 

이처럼 답사의 초점은 유적설명보다는 생활문화에 맞춰진다. 그러다 보니 여느 답사단체에 비해 요금이 비싼 편이다. 당일코스에 6만9천원, 1박2일 코스에 14만9천원 정도. 그대신 일류 호텔이나 민박에서 숙박을 하는가 하면 볼거리와 서비스가 비싼 값을 하고도 남는다. 올해부터는 2인 이상만 신청이 들어오면 답사를 떠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누구나 자신의 여행 일정대로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요금은 17만9천원~25만 9천원.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소개하는 길라잡이로서 이씨는 우리나라의 문화관광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 한다.

 

"우리나라 관광상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각 고을 마다 '예향'이라고 칭송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알 수 있는 상품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예요. 축제만 보아도 외국과 비교하면 '동네놀이'에 불과한 실정이예요"

 

그래서 더욱 답사 코스를 짜는데 신경을 쓴다는 이씨는 지금의 답사자들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여성과 어린이들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멀지않아 여행문화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씨는 앞으로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가장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여행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한 꽤 오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씨는 인터뷰 말미에 답사는 '관광'이 아니라 '체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02-771-0243)

작성일자 2000년 4월 1일

강민철 (월간 우리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