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권 05호 (1999년 9/10월호)
[뉴스 포커스]
"한국
미술품, 새롭게 보겠습니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 워크숍
문성기(skmoon@kofo.or.kr:문화교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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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 해외 박물관 한국실의 양적 확대는 대폭 이루어졌으나,
한국실을 전담하는 큐레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한국실의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큐레이터가 한국 고미술품들을
어떻게 이해
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한국실 운영이 상당부분 좌우되기
때문이다.
4박 5일 간의 문화유적지
답사. 약 일주일간의 강의와 서울 및 인근의 박물관 견학을
마친 큐레이터
들은 안동의 하회마을 관람을 시작으로 4박 5일간 전국의
문화유적지를 현장에서 경험하고 배우는
지방 답사 일정에 들어갔다. 지방 답사 첫날 안동 하회마을
및 병산서원 관람을 마친 이들은 천년의 고도 경주로
향했다. 경주의 석굴암에선 마침 이곳을 방문한 인근 사찰의
주지 스님이 한국을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석굴암 주지 스님에게
부탁, 큐레이터들이 석굴암 내부에 입장할 수 있는 예외적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나 역시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의 내부 관람은 처음이었다. 내부에서 올려다본
본존불의 미소와 아름다움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고 큐레이터들은
과연 어떨까 하고 뒤를 보니 이들은 이미 본존불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문화유적의 규모나 중요성에 비추어
매우 아쉬운 이틀 간의 경주 방문을
뒤로 하고 큐레이터들은 해인사를 거쳐 전남 순천 송광사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이튿날 송광사 새벽 예불 참가를
위해서다. 전날 밤 언젠지 모르게 잠이든 나는 핸드폰에
미리 입력한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 2시 40분.
3시 40분에 시작하는 예불 관람을 위해서는 적어도 3시에
큐레이터들을 모두 깨워야 했다. 그러나 새벽 3시에 일어났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새벽
산사에서의 엄숙한 예불 행사, 아침 공양, 노스님과의 대화….
이들이 두고 두고 이야기하게 되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후에 방문한 남도의
끝 강진의 고려청자 박물관도 큐레이터들이 잊을 수 없는
곳의 하나. 마침 고려청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던 데다
군립 박물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설계된 박물관
시설과 전시물들이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이다. 지방
답사 마지막날. 부여박물관의 규모가 지금까지 방문
했던 다른 박물관들보다 작고 유물도 많지 않아 혹시 큐레이터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부여박물관이 전시 유물의 숫자는 작아도
의미 있는 유물이 많은 데다가 모든 유물에 대한 설명이
일관성을 유지할 뿐더러,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연계성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박물관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나는 이번 큐레이터 워크숍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누가 그렇게 말해주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귀경하는 버스 속에서 본 큐레이터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스런 표정, 정들었던 동료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다고 눈물을
보이던 어느 큐레이터, 귀국 가방에 넘치듯이 실린 한국
미술 관련 서적들, 또 그들 스스로의 직접 증언이 내 확신의
이유이다.
새벽 산사의 어둠
속에서 네 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큐레이터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송광사 성보박물관 한성욱 학예연구실장. 속옷까지
흠뻑 젖는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안내의 수고를 해준 이종민
해강도자미술관 학예연구과장, 박물관이 휴무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박물관 소개로 큐레이터들의 박수를 받은 고경희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지방 답사 전 일정을 인내와
프로 정신으로 통역을 담당한
노재령 교수, 그림자처럼 행사를 지원한 국립중앙박물관
김승희 학예사, 자원봉사요원 강일권 씨, 그리고 큐레이터들의
휴일 한국 문화 탐방 프로그램까지 챙겨준 문화교류팀 김자성씨.
모두 큐레이터 워크숍 성공의 일등 공신들이다.
독일 함부르크박물관의
수잔 크노델 박사는 지방 답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이번
워크숍을 통해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귀국 즉시 소속
박물관의 한국 미술품 재평가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한국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들 간에 ‘유대 의식’이 형성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수확일 것”이라고 말해 다른 참가자들의 공감 어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나를 기쁘게 하는 또 다른 이유. 최근에
필라델피아박물관의 펠리스 피셔 박사에게서 받은 카드
한 장. 나는 경주 답사 중 물이 불어난 개천에 이르러 큐레이터들이
건널 수 있도록 답사지 안내원과 함께 돌다리를 놓아준
적이 있었다. 언제 찍었는지 그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보내준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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