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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적인 요천강가에서의 공연과 낭만적인 지리산 여행
 

    

 한국인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질그릇…  


높기만 한 하늘과 청명한 바람이 화창한 가을날을 선사하는 토요일 아침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시내를 빠져 나갔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렀는지, 가을 들녘의 벼들은 황금빛을 띠며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코스모스는 서로 다른 국적의 이방인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며, 여행의 기분을 한껏 북돋아 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첫 방문지는 인월에 마련된 도기 역사관이었습니다.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질그릇과 옹기 등을 전시하고, 직접 제작하여 판매도 하였는데,  소박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질그릇은 비단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눈에는 질그릇의 가치가 더욱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50대 후반의 외국인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Judy와 호주에서 온 Jenny는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질그릇을 보며 선뜻 한가지를 고를 수 없는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약간은 투박스러운 듯한 전형적인 한국의 뚝배기를 선택했지만, 사지 못한 다른 그릇들에 대한 미련이 남는지, 차에 오르자마자 위치를 확인하며, 다음을 기약하였고, 이내 버스는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지리산을 감아돌며 달리기 시작했고, 잠깐 숨을 돌린 곳은 뱀사골로 지리산의 깊고 깊은 산록에서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빚어져 즐비한 징담을 거쳐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청정계류가 가히 손색없는 우리나라의 으뜸 물줄기라 부를 만하며,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절경을 이루는 계곡미를 감상하며, 옛 선비들 마냥 시원한 계곡물에 발도 담가보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해본다. 곧 이어 1,172m에 위치한 정령치에 이르자 Terry를 비롯한 6명의 젊은 친구들은 멋진 풍광을 사진기에 담기 바뻤고, Methild는 주부답게 식구들에 영양만점의 차를 줄 때 쓰겠다며, 지리산 토종꿀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우리의 인심좋은 아주머니는 꿀을 내리기 전 벌집상태를 김에 싸서 맛을 보라며 건네셨고, 호기심 많은 Jackie, Sharon도 맛을 보기 위해 얼른 손을 내밀더군요.  다음 일정을 위하여 차는 출발하였고, 3개도에 걸쳐있는 지리산이기에 굽이 굽이마다 새로운 절경이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운봉마을로 가기 위해 지나갔던 구룡계곡은 용호구곡 또는 구룡폭포 라고도 하는데 옛날 음력 4월 8일이면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군데 폭포에서 한 마리씩 자리잡아 노닐다가 다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그야말로 한 순간 말을 잃을 정도의 절경이었습니다.
 

     

  풍성한 가을 들판과 넉넉한 우리네 인심… 


지리산 자락을 내려와 민박을 부탁드렸던 남계리로 가는 길에 경로잔치가 열리고 있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신명나는 리듬과 함께 왁자지껄한 우리네 잔치…
가는 길을 잠시 멈추고 함께 간 외국인들을 모시고 들어가니, 풍물패와 함께 어우러져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시는 할머니, 할아버님들이 참으로 즐거워 보이셨다.  귀여운 Jackie는 어느새 인상좋게 생긴 할머니의 손에 끌려 무대 가운데에서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다른 외국인들도 모두 무대 가운데에서 한국의 잔치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풍물패의 공연이 끝이나자 우리들에게도 푸짐한 음식대접을 해 주셨고. 잘 흔들어서 따라준 막걸리를 문화체험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 모두 사양않고 마셨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지라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남계리에서도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농부님네들이 계시기에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 했다.  예정보다 늦어진 일정에 6시가 다 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고, 벼를 베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다하시자 호기심 많은 Jenny는 동네 아주머니께 장대를 건네받아 잘 마른 깨를 털어내며 사진기에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
시원한 정자 아래 앉아도 보고 다 함께 마을을 돌며 추수날을 기다리며 잘 여물은 논도 돌아보고, 잘 익은 대추를 따먹어 보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동네 아낙들이 모이는 빨래터에도 가보고,  외국인을 보기 힘든 아이들에 둘러싸여 스타가 된 듯한 느낌도 가져보며, 동네 구경을 하는 동안 어느새 동네 아주머니들께서는 맛난 저녁을 마련해 주셨더군요.


        
 요천 강변에서 열린 환상적인 국악공연  

식사 후 소리의 고장 남원이기에 전형적인 한국의 음악을 느껴보고자 요천강변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위해 출발했고, 평소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으셨던 할머니도 함께 모시고, 도착한 공연장엔 어느새 사람들이 빽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때 마음 착한 Jenny는 한국의 경로 우대 사상이라도 아는 것처럼 할머니를 모시고 제일 앞자리로 가서는 할머니를 위하야 자리를 마련해 드렸습니다.  한국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제니가 도대체 어떻게 부탁을 해서 자리를 만들어 주었을까 궁금하지만, 중요한 것은 Jenny 덕에 두분 할머니께서 1시간 남짓한 공연을 아주 편안하게 보셨다는 사실이다.  공연의 시작은 쉬리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when I dream"으로 국악기와의 만남이 신선하고 느낌이 색달랐다.  그밖에 민요와 함께 단가 등이 공연되었지만 뭐니 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물놀이였다.  혼심의 힘을 다하여 연주하는 4명의 연주자들은 땀을 비오듯 흘리며, 관객들을 신명나게 만들었고, 그 흥겨운 가락에 한 꼬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그 꼬마의 춤에 용기를 얻은 듯 여기저기서 어깨춤이 나오고, 우렁찬 박수소리가 쉴사이 없이 터져 나왔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인 단체는 멋진 공연과 귀여운 꼬마의 춤에 즉석에서 선물을 마련하여 전달했고, 공연장의 분위기는 더욱더 고조되었습니다.  1시간 남짓한 공연이 끝남을 아쉬워하며 자리를 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공연단은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요"라는 곡을 연주했고, 관객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물줄기를 뿜어대는 음악분수와 함께 남원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였습니다.
 
10시가 넘어 끝난 오늘의 일정에 어느 누구하나 불평없이 각자 정해진 민박집으로 향했고,  농가의 아침은 더욱 빨리 찾아 오는 듯 어느새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모두들 마을 회관으로 다시 모였다.  어제 일정이 피곤했던 탓인지 마틸다는 식사시간에 30분이나 늦었지만 서투른 한국말로 함께 지냈던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회관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어제부터 내내 James 뒤를 졸졸 쫓아다녔던 창권이는 자기 집에서 머물렀던 James 와 Jackey의 사인을 받고, 꼭 다시 한번 더 놀러오라며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국인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질그릇…


  
                            
 비오는 날 지리산의 정취  

    짧지않은 시간동안 정이 든 탓인지, 아니면 간간이 뿌리는 빗줄기 때문인지,    왁자지껄했던 어제와는 사뭇 달리, 멀어져만 가는 마을과 지리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한 산들이 정다운 우리네 능선과 저 멀리    천왕봉에 걸려있는 하얀 구름들이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던    지 리산과 남원여행은 함께 했던 외국인들이 수없이 찍었던 사진들, 틈틈이   샀던 기념품, 그리고 그들의 기억속에 새겨진 우리네 소박하고 넉넉한 인심이   있기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또 다른 여행을 기약하며, 우리를 기다리는 서울로 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