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게릴라 '태권도'로 세계 공략


◆ 문화관광 게릴라, 무기는 태권도

문화관광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외국인들에게 비치는 한국의 평가 절하된
모습에 낯뜨거웠던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별것(?)도 아닌 것들은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서 파는 다른 나라의 상술에 질시 섞인 부러움을 던지면서도 막상 우리 스스로 세계 시장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도 느꼈을 것이다.

한국 문화를 알리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마땅한 상품이 없는 탓을 상품 기획이나
마케팅 담당자들의 비 전문성이나 미숙함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뿌리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려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전통문화의 위상, 그 자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문화라고 해도 막상 상품화 혹은 관광자원화할 때에는 문화적 차원에서의 보존과 계승, 경제적 차원에서의 시장형성과 이윤 회수, 그리고 전반적인 인프라 상황까지 걱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지방화 시대를 맞이해 각 시·군단위로 지방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문의 해'다 '월드컵 특수'다 하며 인바운드를 활성화시키려는 대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재울 것인가'조차 해결하지 못해 정작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라는 문제 뒷전으로 미뤄버리는 상황이 지금의 현주소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는 문화관광 게릴라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려는 무모함이 아니라 유에서 유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 냉철한 현실주자들의 주특기는 바로 '태권도'다.
.......................................................................................................

◆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컬쳐투어

신생 문화벤처회사인 컬쳐투어의 탄생 배경은 좀 복잡하다. 태권도 포털사이트인 태권넷 (www.taekwon.
net
)을 운영하는 컬쳐메이커,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 문화체험여행으로 유명한 파란들영어문화 유산답사회(www.parandeul.co.kr), 그리고 전세계적인 농가 체험 네트워크인 우프코리아(www.wwoofkorea. com), 유학전문 온라인회사 이지고잉(www.easygoing.co.kr).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이들 4개 회사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설립한 것이 '컬쳐투어'다.

태권넷과 파란들은 인바운드를, 우프 코리아와 이지고잉은 아웃바운드를 전담하기로 하고 지난 2월 서울대학교 벤처센터에 본사를, 종로에 지사를 마련해 일단 교통정리를 끝낸 상태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컬쳐투어의 성격규정은 한국 문화의 상품화를 통한 '문화대국 코리아' 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기획자들을 함께 손잡게 했다.

핵을 이루고 있는 태권넷은 세계 각 국의 태권도 인들을 대상으로 태권도에 대한 콘텐츠를 구축하여 서비스하는 인터넷 기업. 현재 방송국, 웹진, 쇼핑몰, 무술넷, 도장넷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달 클릭수가 400만, 그 중에서 해외 방문객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한국통신이 투자하는 6개 벤처기업중에 유일한 컨텐츠 업체이며 월 매출액 규모는 60~70억에 달한다.

컬쳐 투어의 탄생에 가교 역할을 한 박창한 이사는 "5월중에 저명한 세계 미디어를 초청한 팸투어를 계획중이며 이미 국내 외 태권도 관련 네트워크와 연계해 내년연말까지의 세부 계획이 다 나와있는 상태"라고 밝혔으며, 100회째 주말여행을 앞두고 있는 파란들여행의 이준탁 이사는 "그 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단을 월드컵 기간 중에 최대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컬쳐투어는 태권도뿐 아니라 선무도, 합기도, 검도, 특권무의단공 등 한국전통무술에다가 무속신앙, 불교, 유교 등과 관련된 전통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30가지의 체험형 상품에 대한 준비를 마쳤으며 6∼7월중에 '아이컬쳐 투어(
www.iculturetour.com)'라는 이름으로 통합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

◆ 정규군 출정을 준비하라


한국태권도 관광정보센터와 컬쳐 투어가 태권도에 주목한 이유는 '한국적'이면서도 '체험적'이라는 것이다. 순도가 높을지 몰라도 난해한 전통 공연예술이나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를 적당히 혼합해 놓은 상업적 볼거리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동양사상이나 한국인들의 전통생활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 태권도다.

게다가 이미 전 세계 157개국 5000만명의 인구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을 만큼 해외에서 그 인지도가 높고 여러 단계의 협회나 기구 등 튼튼한 네트워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관광과 직결될 수 있는 밑바탕이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표면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 동안 태권도를 테마로 이동하는 인센티브 단체의 규모도 적지 않았으며, 동양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서양인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우리의 상상이상으로 뜨겁다.

두 회사를 놓고 보면 한쪽은 태권도인의 입장에서 태권도의 세계화와 그 근본정신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태권도를 주축으로 한국의 문화를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이니 서로 접근방향을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모르긴 해도 태권도와 관광을 연계해 준비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그러나 바라고 싶은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이런 움직임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의 전례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상품이 없다"는 울림 없는 메아리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바라는 사람들의 있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수익에 연연하는 상품화가 아니라 태권도라는 외형에 한국의 정신을 담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한판대결을 원한다. 그리고 두꺼운 송판을 격파하는 일은 이들 전사들이 시작했으니 이제 장벽을 넘어 튼튼한 기지를 세울 후방군들이 출전의 그 날을 위해 재정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천소현 기자-2001.4.9(월)]